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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뜨개질에 빠졌는가어찌됐든 굴러가고있다 내사업 2025. 5. 7. 14:58
1. 뜨개질이란?
뜨개질이란 두 바늘로 실을 엮어 편물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매듭을 뜻하는 단어인 "Knot"에서 기원했는데 네덜란드어인 "Knutte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단어의 기원에서처럼 북유럽의 뜨개질 역사는 오래되고 유명하며 '이것도 사람손으로 뜬 거라고?' 싶은 고퀄의 뜨개인도 곳곳에 많이 있다. 주로 한국에는 대바늘, 코바늘을 많이 이용하지만 요즘에는 레이스 바늘, 아프간바늘도 마니아 층이 있다.
2. 실의 매력
보통 뜨개실이라고 하면 포근포근한 울재질의 겨울실을 생각한다. 하지만 계절별, 재질별, 합수 등 비슷한 듯해도 약간의 차이로 전혀 달라 보이는 실들이 넘쳐난다. 울, 아크릴, 면사, 리넨, 혼방, 특수사 등 재질이 있고 레이스사, 핑거링, 스포츠, DK, 워스티드, 벌키, 슈퍼벌키 등으로 굵기를 다르게 한다. 재질과 두께를 내 마음대로 골라 뜰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곳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는 특징을 더욱 부각해 주는 점이 아닌가 싶다. 같은 도안이지만 다른 실로 뜨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뜨개인들이 실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엔 깔끔한 단색 실을 좋아하다가도 가끔 기분내고 싶을 땐 손염색실 같은 독특한 패턴이 있는 실로 뜬 니트를 입으면 좀 더 기분이 밝아진다. 이렇게 하늘아래 같은 실은 없으니 뜨지도 못한 새 실이 방안 한편에 쌓여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또 실을 사게 되는 것 같다.
3. 취미냐 생활이냐
회사생활이 워낙 팍팍하다보니 사생활을 가지기가 쉽지 않았다. 주말이면 집에 뻗어 있다가 월요일이 되면 야근 필수로 5일을 달리듯 살아가면 다시 주말엔 뻗어있게 되는데 이런 패턴이 1년이 넘어가다 보니 이렇게 살다 간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기계로 살다 젊은 나이로 요절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퇴근하고 집에서 1시간 만이라도 할 수 있는 개인생활을 찾고 있었다. 처음엔 웹툰을 선택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재밌는 웹툰도 많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는 듯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저 오밤중까지 핸드폰을 한 것 밖에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뭔가 생산적인 취미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취미를 바꾸게 되었는데 그때 날씨가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다이소에 도톰한 뜨개실이 나올 시기였다. 초등학생 때 한 번씩 대바늘 뜨개질 해본 경험이 있을 텐데 나는 초등학교 때 앉은자리에서 3~4시간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서 했었더랬다.(초등학생이 앉은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집중하는 게 한 시간이 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옛날 추억에 빠져볼 겸 쉬운 목도리를 도전했다. 코를 빠트리지 않기 위해 잡생각을 다 버리고 집중해야 하는 이 행위와 다 뜨고 나서의 뿌듯함이 시너지를 내면서 찌들어있던 정신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하여 자체적 목도리 공장을 돌리게 되는데 여기저기 선물로 많이 준 것 같다. 손에 익으니 속도도 더 빨라져서 하루에 한 개씩 목도리를 뜬 것 같기도 하다. 새벽 2시까지 하면서도 다음날 일할 때 얼른 퇴근해서 뜨개질하고 싶어서 오히려 일의 효율이 올라가기도 한(?) 효과를 느끼며 심야 루틴을 계속 유지하게 되었다.
4. 취미를 넘어 생업에 들어가다
어떤 회사이든 쉽게 일하는 곳은 없다지만 회사가 나에게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 할 자신만의 마지노선이 있을 것이다. 전 회사가 이미 선을 한번 넘었다 다시 들어갔으나 결국 호구 같은 나를 화나게 만든 사건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디자이너로써 작업 결과물의 책임감과 회사의 단점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도 결국 재주는 곰만 열심히 부릴 뿐이었다. 여기서 내 건강을 갈면서 단명하느니 동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기 관리를 하는 게 더 나을 듯했다. 고민할 것 없이 퇴사 준비를 했다. 그런데 문득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지금이 사업을 하는 적절한 시기!'
사업을 하게 되면 젊었을 때 하는게 좋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사업 초반엔 발로 뛰는 일이 많을 텐데 나이 먹고 쉽지 않을 테고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로 시작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망해도 다른 것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젊은 나이가 적기가 아닐까 싶었다. 퇴사 준비할 때 어떤 사업을 할지 고민하다 요즘 내가 많이 사고 있는 게 뭘까 보니 뜨개질이었다. 그래서 뜨개질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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